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도서의 책소개를 할 텐데 왜 뇌는 당신의 뇌처럼 진화했을까? 누가 봐도 확실한 답은 ‘생각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흔히 뇌가 일종의 ‘상향 진보’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추정한다. 말하자면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 진화해서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는 어떤 동물들보다도 더 정교하게 설계된 ‘생각하는 뇌’인 인간의 뇌가 있다는 식으로 가정한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도서의 책소개
우리가 어째서 우리인지, 감정과 인지와 행동의 작동 기제가 무엇인지 많이들 궁금해하며 사나 보다. 뇌과학 도서들이 꾸준히 인기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뇌과학 분야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흥미로운 사례 위주의 책이나 필요에 따른 뇌의 기능을 설명하는 도서에 앞서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리사 펠드먼 베럿이 간결하고 정확하게 우리 뇌에 관한 총체적 진실을 설명한다.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학계의 최신 업데이트를 머릿속에 넣어두면 이후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오해를 줄인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배럿은 뇌에 대한 해묵은 선입견을 짚으며 책을 연다. 뇌는 생각을 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뇌가 "신체 안팎의 조건들을 예측하면서 생존을 위해 신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전제 위에서야 왜 우리가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먼저 예측하여 반응하는지, 스트레스가 되는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 신체에 해를 입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뇌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한 글은 인간사와 사회 이슈에까지 확장된다. 각 장을 맺는말들은 대체로 우리의 책임에 대한 것인데, 과학에 근거를 둔 이 책임과 의무에 대해 한 번씩 더 곱씹게 된다. 비전공자들이 학계의 상황을 면밀히 알기 어려운 과학 분야의 책이야말로 믿을만한 분야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한 법이다. 정재승 교수는 "존경하는 뇌과학자"인 배럿 교수가 쓴 이 책에 대해 "각별히 유익하다"라는 말로 강력 추천했다. 뇌는 인간의 중추다. 지난 몇십 년 사이 본격적인 뇌과학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오늘날 개인의 인간관계에서 정치, 경제, 교육, 마케팅, 의료 등에 이르는 여러 영역에 뇌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기반으로 한 조언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런 지식의 흐름을 따라잡고 새 지식을 업데이트하기란 대중에게는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가 접하는 세상에는 낡은 지식과 통념, 왜곡된 사실, 이해관계에 따른 논쟁이 흥미롭고 때로 혁명적인 새 지식과 뒤섞여 존재한다. 노스이스턴대 심리학 석좌교수이며 하버드의대 ‘법·뇌·행동센터’의 수석과학책임자인 배럿은 인간의 정서 연구를 중심으로 뇌과학과 심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세계적 석학이다. 배럿은 그간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 여겨온 감정이 사회적 구성물임을 주장하며, 인간은 감정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감정 경험을 구성해 나가는 주체라는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도 책 전반에 걸쳐 배럿 특유의 혁신적인 관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배럿은 뇌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중요한지, 그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으며 어떻게 다른 뇌와 함께 작동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과학이 내놓은 성과 위에서 최선의 과학적 시선으로 뇌를 살펴본다. 7과 1/2개의 강의마다 뇌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각각에는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들이 담겨 있다.
저자 리사 펠드먼 배럿 소개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자 중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신경과학자다. 노스이스턴대학교의 석좌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도 재직 중이며, 하버드의대 ‘법·뇌·행동센터 The Center for Law, Brain & Behavior’의 수석과학책임자 CSO다. 2019년 신경과학 분야에서 구겐하임 펠로우십 Guggenheim Fellowship을 받았으며, 뇌와 감정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국립보건원 파이어니어상 NIH Director’s Pioneer Award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있으며 《정서 편람》 《정서의 심리적 구축》 《맥락 속 마음》 《정서와 의식》 등의 학술서를 공저했다. 최근작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결국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최고의 힘이니 말이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이 명백한 답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우리 뇌가 생각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발상은 인간 본성에 대한 엄청난 오해들의 근원이 되어왔다. 그 소중한 믿음을 내려놓았다면, 당신은 뇌를 이해하는 길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 우리 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우리가 정말로 어떤 종류의 생명체인지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이성적 사고’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뇌의 최상위 목적은 무얼까? ‘삼위일체의 뇌’는 허구다. 인간의 뇌를 보는 프레임은 진작에 바뀌었다. 뇌가 나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면, 내 인생은 누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일까? 아이들을 학대와 빈곤에서 하루빨리 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뇌’에 있다. 만성 스트레스와 언어폭력은 왜, 어떻게 우리 몸에 실제로 해를 입힐까? 세상에 이토록 다르고 상충하는 마음들이 있는 게 정상인 이유. 뇌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회적 현실을 우리 ‘머릿속에’ 만들어낸다.
발췌문
우리는 뭔가를 생각하거나 행복이나 분노, 경외심 같은 감정을 느끼거나 누군가를 안아주거나 포옹을 받거나 누군가를 친절하게 대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참아내는 일들 하나하나를 경험할 때 몸의 신진대사 예산에 자원을 넣거나 빼낸다고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 내부에서는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신체예산’이라는 발상은 당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결국 어떻게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오래도록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 열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킬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하나가 틀렸기 때문이다. 삼위일체의 뇌 가설은 과학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가장 널리 퍼진 오류 중 하나다. 이 이야기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으며 때때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나쁜 행동은 내면의 고삐 풀린 고대 야수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행동도 이성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리고 이성과 감정은 서로 전쟁을 벌이지도 않으며, 심지어 이 둘이 뇌의 각각 다른 부분에 살지도 않는다. 과학자들은 최근 모든 포유류의 뇌가 단 하나의 제조계획 manufacturing plan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파충류와 다른 척추동물들도 같은 계획대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과학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아직은 이러한 연구에 관해 알지 못한다. 아는 사람이라 해도 이러한 발견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 막 생각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렇다. 과학적 지식에 따르는 한 당신은 다른 물고기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가는 칠성장어와 똑같은 뇌 제조계획을 갖고 있다. 당신의 뇌는 세 개가 아니라 하나다. 플라톤이 말한 내면의 전투를 넘어 나아가려면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심지어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