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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찬사

파견자들

 

파견자들 도서의 책소개를 할 텐데 『파견자들』은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다. 이때 파견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고 시험을 거치며 지상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스펙터클 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최종적으로 독자가 도달하는 곳은 김초엽의 소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이리라.

 파견자들 도서의 책소개

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장편소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며,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이가 있었기 때문에. 태린은 스승 이 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나란히 지상에 서고자 한다. 파견자는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 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태린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 그 작고 푸른 점이 지금의 인간에게는 광증으로 뒤덮인 미지의 세계. 인간은 고향 행성을 빼앗기고 지하로 내려왔다.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중국 성운상, 은하상 등을 수상하고,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15만 독자와 만난 김초엽이 두 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식물과 함께 세계의 끝으로 향하던 상상력이 지하 세계로, 균의 서식지로 향한다. 칼 세이건이 말한 '창백한 푸른 점'은 이제 타자의 것. 지구 바깥이 아닌 지구 아래에서, 범람하는 균이 유혹적인 빛깔로 문명이 남겨둔 건축물을 잠식한 세계를 상상하며 SF가 시작된다. 광증을 퍼트리는 아포(芽胞), 포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인간은 어둑한 지하세계에 살고 있다. 하늘의 노을과 별빛, 지상의 황홀한 색채를 그리워하는 태린은 지상을 갈망한다. 지상을 오갈 수 있는 존재인 '파견자'가 되기 위해 태린은 자격시험에 응시한다. 지하세계의 질서의 부적응자였던 태린은 그 부적응 덕분에 머릿속 '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쏠'의 도움으로 높은 점수로 태린이 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발생한 사건으로 세계는 위험에 처한다. 이제 이어지는 질문, 이제 우리는 위험에 처한 이 세계가 과연 우리의 세계인지, 세계를 위험에 빠트린 의지가 나의 의지인지 그 경계에 대해 답해야 한다. 단행본 430쪽가량의 분량의, 장편소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소설이 속도감 있게 이어진다. 서바이벌 게임의 한 챕터를 넘어서는 감각으로 인물과 함께 상승하며 마주하는 경계에 관한 질문. 이제 게임이 시작된다.

 저자 김초엽 소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중편소설 『므레모사』,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에세이 『책과 우연들』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젊은작가상,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최근작 : <방금 떠나온 세계 (2주년 기념 리커버)>, <파견자들>, <인공지능과 소설가의 일> 김초엽은 몇 년 전 한 미술 전시에 발표한 짧은 이야기를 씨앗 삼아 이를 긴 호흡의 장편소설 『파견자들』로 탄생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구성된 존재인지 살피고, 이를 통해 인간의 경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것인지 탐구한다. 그가 자신만의 탐구 과정과 답안을 고민하며 이번에 몰두한 것은 곰팡이와 버섯 등의 생물을 포함하는 ‘균류’다. 분해하고 부패해 가는 모든 과정과 결과물들, 달큼하면서도 속을 울렁이게 만드는 냄새 등으로 떠올려지는 어떤 존재 말이다. 균류를 모델로 소설 속의 ‘범람체’를 고안해 낸 그는, “인간의 감각적 자원이 그것을 상상하기에 얼마나 모자랐는지를 새삼 느꼈지만, 꼭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작가의 말)고 말한다.  눈앞의 범람체들이 태린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어서 가까이 와서 자신을 살펴보라고.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라고. '범람체는 인간을 미치게 한다. 이성을 집어삼켜 광기와 죽음에 빠뜨린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태린은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이 도시는 생명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득찬 곳이라고. 인간은 이 색채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찬사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파견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자꾸만 나타났다가 흩어지는 풍경이 있다. 그 꿈같은 장면 속에서 태린은 낡은 황동색 지구본을 돌린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손 안에서 미끄러지는, 묵직한 무게와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작은 지구. 고개를 들어 보면 이 제프가 태린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때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던가, 아니면 어쩐지 슬픈 눈빛을. 원하면 원할수록 지표면은 손 아래에서 닳아갔다. 태린은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는 지상으로 가고 싶은 것일까. 지상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 지상을 쫓는 사람을 갈망하는 것일까. 가본 적도 없지만 이미 손안에 들어온 행성이 눈앞에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들 때마다 태린은 지구본을 돌렸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상에도, 누군가의 마음에도 그렇게 쉽게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도시는 기이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색채로 일렁이는 세계. 곳곳에 강렬한 원색의 물감들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빠짐없이 찬란했다. 도시를 점령한 범람체들이 각자 경쟁이라도 하듯 빛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색이란 색은 모두 사용한 거대한 유화 작품으로 지상을 덮은 것처럼, 마치 색이 그 자체로 살아 있어 도시를 통째로 움켜쥔 것처럼 범람체는 존재감을 발했다. 눈앞의 범람체들이 태린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어서 가까이 와서 자신을 살펴보라고.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라고. 범람체는 인간을 미치게 한다. 이성을 집어삼켜 광기와 죽음에 빠뜨린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태린은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이 도시는 생명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득 찬 곳이라고. 인간은 이 색채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이 제프는 태린에게 지상을 주고 싶었다. 노을과 별들을 주고 싶었다. 단지 파견자가 되어 지상을 경험하고 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언젠가 태린이 파견자가 될 수 있다면 이제 프와 함께 지상을 보게 되겠지만, 그것은 갈망을 증폭하는 일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지상을 얻는 것이 아니었다. 지상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지상을 되찾아와야 했다. 별과 노을과 바다가 있는 행성은 다시 인간의 것이 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