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궁 도서의 책소개를 할 텐데 "따라오너라. 질문은 일절 하지 말고." 한밤중의 창덕궁, 의녀 현은 불안한 마음으로 의원의 뒤를 따라간다. 한참을 걸어 그가 당도한 곳은 커다란 전각. 현판에 "저승 전"이라고 쓰인 그곳은 사도세자의 처소였다. 세자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여러 겹의 문을 통과해 다다른 궁의 깊은 곳엔 한 남자가 이부자리에 누워 있다. "말해보게. 저하의 문제가 무엇인가? 종일 힘을 못 쓰고 피곤해하신다네." 세자빈의 음성에 왕족을 치료한다는 두려움으로 질끈 감았던 눈을 뜬 현은 충격에 휩싸인 채 얼어붙는다.
붉은 궁 도서의 책소개
2022년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허주은 작가가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 《붉은 궁》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 영조 치하의 궁궐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더욱 깊어진 정치적 음모에 한층 더 풍부해진 서스펜스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에 몰입하여 추리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로맨스 요소까지 가미되어 더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1758년 조선, 혜민서에서 네 명의 여인이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녀 현은 자신의 스승인 정수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조판서인 아버지와 기생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현은 출신과 성별의 장벽을 느끼고, 의녀가 되기 위해 혜민서에서 밤낮으로 공부해 왔다. 그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정수였다. 현은 정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홀로 진범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종사관 어진의 조력을 받게 되고,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풋풋한 사랑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어진과 손을 잡게 된 현은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의원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진맥하고 증상을 읊지만 탕약을 든 현의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세자빈은 그런 현에게 계속해서 세자를 치료하고 "전하께서 저하를 부르실 경우 몸져누워 계신다 고하라."라고 명한다. 공포에 질린 현에게는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 외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딘가 괴이한 분위기 속에서 마침 세자의 방에 꽂혀 있는 책들도 주술서와 귀신을 다루는 법에 대한 서책이었다. 소문대로 세자는 무언가에 홀린 것인가. 그렇게 흐르던 칠흑 같은 밤은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내관의 고함에 산산조각 난다. "도성에 큰 화가 닥쳤습니다. 마마. 사, 사, 살인,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궁에 들어가는 이들 앞에는 피로 얼룩진 길이 놓여 있다.
저자 허주은 소개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에 영감을 받아 데뷔작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붉은 궁》,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연이어 발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붉은 궁》으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상을 수상하였으며, 2022년 포브스 선정 가장 기대되는 작가, 2022년에는 화이트 파인 어워드 최종 후보 등으로 선정되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자연을 거닐거나 카페에서 일기를 쓰곤 한다. 현재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작 : <붉은 궁>, <사라진 소녀들의 숲>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 번역에서 영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봉제인형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엔드게임 살인사건》, 《사라진 소녀들의 숲》, 《살인자의 숫자》, 《아임 워칭 유》,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 《위선자들》, 《악연》 등이 있다. 피바람이 불 것이야. 너희가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에게 의술을 가르친 스승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의술을 연마한 혜민서에서 벌어진 미궁의 살인 사건을 마주한 현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로 그 피바람의 중심으로 향한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 이어 또다시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로 돌아온 허주은 작가의 신작으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 '뉴욕공립도서관 선정 최고의 책' 등 미국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에서 "감탄할 만한 정치 스릴러, 치밀한 배경 구축,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독자를 완전히 사로잡는다."고 추천했다.
비평
바쁘다 바빠, 의녀 백현. 열심히 갈고 닦은 의술 베풀랴, 스승님 누명 벗기고 살인 사건 범인 추적하랴, 종사관 총각하고 사랑의 줄다리기하랴. 이 모든 걸 살뜰히 해내는 슬기로운 주인공 현처럼 이 소설도 일당백의 몫을 능히 해낸다. 조선 고유의 위예술을 섬세한 고증으로 되살린 메디컬 드라마, 혈당 수치를 걱정해야 할 만큼 달콤한 로맨스,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미스터리, 모두가 이 책 한 권에 빈틈없이 담겨 있는 것이다. 신분과 성별의 지엄한 장벽 앞에 서얼 출신 의녀 현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그러나 어찌 도약하는지도 눈길을 끈다. 도입부에서 깊은 밤 세자의 처소에 불려 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어린 의녀가 밝아오는 동녘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 숨 가쁜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어느덧 주인공 현과 떼 놓을 수 없이 공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유연한 소설이구나. 마지막장까지 탐독한 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드럽고도 예리한 문장, 현과 아버지-세자와 전하로 정교히 겹쳐지는 갈등, ‘도성 살인’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구축하면서도 역사 고증을 놓치지 않는 몰입의 흔적. 장르를 유연히 넘나드는 서사는 또 어떤가. 추리물이라는 외피를 지녔으나 『붉은 궁』의 기저에는 범죄 스릴러뿐 아니라 드라마와 로맨스까지도 탄탄히 깔려 있다. 경계를 짓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조금씩 무너트리며 나아가는 소설. 그 탈피된 ‘구별 짓기’는 서얼이자 의녀인 ‘현’의 캐릭터와도 맞닿는다. 마음이 향한 곳으로 굳건히 방향을 틀고, 사랑에 몸을 맡기며 계급과 성별의 벽을 넘어서는 ‘현’. 이 책을 펼친 누구든 ‘현’의 여정에 기꺼이 동행할 것이라, 그 끝에서 큰 용기를 얻으리라 믿는다. 2022년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허주은 작가가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 《붉은 궁》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 영조 치하의 궁궐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더욱 깊어진 정치적 음모에 한층 더 풍부해진 서스펜스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에 몰입하여 추리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로맨스 요소까지 가미되어 더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1758년 조선, 혜민서에서 네 명의 여인이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녀 현은 자신의 스승인 정수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조판서인 아버지와 기생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현은 출신과 성별의 장벽을 느끼고, 의녀가 되기 위해 혜민서에서 밤낮으로 공부해 왔다. 그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정수였다. 현은 정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홀로 진범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종사관 어진의 조력을 받게 되고,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풋풋한 사랑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어진과 손을 잡게 된 현은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허주은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더 깊이 탐구하는 데 소설이라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붉은 궁》에서는 서사의 중심에 사도세자가 아닌 한 내의녀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킨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열쇠구멍으로 역사를 엿볼 수밖에 없는 외부인의 시점’을 언급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연결감이 있지만, 먼 곳에서 한국 역사를 바라보는 듯한 약간의 거리감. 인물을 설정함에 있어서 한국계 교포 작가로서의 경험을 녹여내어,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하고 생생한 감정 묘사를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