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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2024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Trand Korea 2024

트렌드코리아의 책소개를 할 텐데 모든 일은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챗GPT가 그랬다. 인공지능 기술과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챗GPT만큼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없었다.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자연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렌드코리아 도서의 책소개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만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이번 책을 내면서 AI를 활용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됐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AI가 기계적인 생산성은 월등히 높여줄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대 수준을 맞추려면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어쩌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어떤 ‘휴먼 터치’가 마지막에 더해졌느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스트 팬데믹 글로벌 경제는 ‘모나리자’ 같다”는 표현을 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는 웃는지 슬픈지 찡그리는지 알 수 없는 오묘한 미소로 유명한데,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모습이 바로 이렇게 모호하다는 것이다. 〈매경이코노미〉는 우리 경제가 경기하강 국면에서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고 증권시장도 활황을 보이지만, 소비 둔화 가능성과 부동산의 잠재 부실 문제점도 함께 보이는 ‘모나리자의 모호함’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불확실성의 허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가볍게 뛰어넘는 자와 걸려 넘어지는 자의 구분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차이는 역시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에 달려있고, 그 첫출발은 지금 어떤 트렌드가 생성되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늘 바쁘다고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시간관념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시간의 가성비’를 극도로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것은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하면서 시간이 돈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맛집·핫플레이스의 인증숏으로 자랑을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주말의 명화’를 즐겼다면, 다양한 OTT 플랫폼이 넘쳐나는 지금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콘텐츠’를 시청한다. 모두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단연 가장 소중한 자원이고, 그것을 아껴 쓰고 그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기술 발달의 속도는 선형적(線形的)이 아니라 가속적이다. 마이크로칩의 용량은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이를 훨씬 넘어선다. 챗봇의 계산 능력이 2년마다 100배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10년 후 챗봇의 성능은 지금의 100만 배가 될 것이라 예측한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아찔하다. ‘챗GPT’가 선보인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는데, 2년마다 100배라니!

 저자 김난도 소개

교수,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 유튜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유튜브 채널 ‘트렌드코리아 TV’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2008년부터, 그 영문판인 〈Consumer Trend Insights〉 시리즈를 2020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마켓컬리 인사이트』, 『트렌드 로드: 뉴욕 임파서블』, 『트렌드 차이나』, 『럭셔리 코리아』, 『디자인의 시대, 트렌드의 시대』(공저), 『2011 대한민국 소비지도: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공저), 『2013 Consumer Trends in Korea』 등의 책을 썼다. KBS 1TV <명견만리>, tvN <김난도의 트렌드 로드>, KBS 해피 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온라인 공개강좌 K-MOOC에서 〈소비자와 시장〉이라는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작 : <트렌드 코리아 2024>,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 <2023 Consumer Trend Insights> 여기서 말하는 ‘영어’는 한국어도 될 수 있고, 일본어도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냥 평상시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모든 학자들이, 모든 책들이 ‘AI’와 ‘인공지능’, ‘챗GPT’를 얘기하는 이 시점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인간의 역할 혹은 역량에 주목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즉, AI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을 평가할 수 없다. 그것에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물을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미드저니가 아무리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지라도, 그 마지막 터치는 인간에게 남겨져 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오롯이 인간만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배속 사회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여백은 무엇인가? 올해의 〈트렌드 코리아〉는 유독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발췌문

"용의 눈에 마지막 점을 찍어라."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은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 양(梁)나라의 화가 장승요의 고사에서 비롯하였다. 장승요가 금릉에 있는 안락사라는 절에 네 마리의 용을 그리면서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묻자, 화가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자 장승요는 네 마리 용 가운데 두 마리의 눈에 점을 찍어 눈동자를 완성하였고, 이내 두 마리 용이 승천하여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두 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이후 ‘어떤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온 세상이 챗GPT와 AI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우리 삶의 변화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자연어로 소통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들어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확정한 날 저녁, ‘트렌드코리아 팀’은 챗GPT에게 2024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물었다. AI가 뽑은 8가지 키워드를 본 저자 김난도 교수의 개인적인 소감은 ‘안도’였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채울 수 없는 창의의 영역이 아직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어떤 ‘휴먼 터치’가 마지막에 더해졌느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2024년 청룡의 해, 용의 승천을 완성할 마지막 점정(點睛)을 준비하고 있다면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를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림 하나를 그리기 위해 900번 넘는 프롬프트를 줘야 한다면, “차라리 직접 그리고 말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앨런이 프롬프트를 통해 그림을 그린 것이다. 비유하자면 인공지능이 캔버스라면, 프롬프트는 붓이고 물감이다. 창작 과정의 방점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프롬프트에 찍힌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동안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노력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모든 성패는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를 강조하는 개인주의와 능력주의를 근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갈수록 옅어진다. 코난테크놀로지‘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William Jevons)는 동일한 상품에는 동일한 가격이 존재할 뿐, 가격 차별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동안 엄격한 일물일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정해진 가격이 있다”는 전제하에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또 구매해 왔다. 인류학에는 ‘문화의 냇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문화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시냇물 어딘가에 발을 담그고 지금 물이 어떤지 경험하지만, 사실 얼마간 지나고 나면 내가 속한 문화는 예전과 같지 않게 된다. 가장 보수적이고 쉽게 변하지 않을 듯한 결혼과 가정생활의 문화 역시. 배타적인 시장에서 브랜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소비자와 달리 요즘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출처로부터 다양한 선택지가 제안된다. 더군다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브랜드 제품만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도 사라졌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기존에 사용하던 브랜드를 바꾸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한 미국 소비자는 2020년 9월 33%에서 2022년 2월 46%로 무려 13%나 증가했다.